“엄마는 몰라.”
그 말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유독 마음에 남는 날이 있어요.
특히 힘들게 하루 보내고 들으면 더 그래요.
밥 챙기고, 학교 신경 쓰고, 괜히 표정 안 좋아 보여서 말 걸었는데 돌아오는 말이 저거면 순간 말문이 막히잖아요.

‘내가 널 얼마나 생각하는데.’
이 말이 속에서 올라오고요.
저라도 그럴 것 같아요.
사춘기 시작되고 나서 제일 어려운 게 뭔가 생각해보면, 아이 마음을 모르겠다는 거더라고요.
예전엔 그래도 보였거든요.
속상하면 울고, 기분 좋으면 쫑알쫑알 이야기하고, 무서운 일 있으면 엄마 찾고요.
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다 숨겨요.
물어보면 괜찮다 하고, 표정은 안 괜찮아 보이고, 짜증은 늘었는데 이유는 말 안 하고요.
그래서 부모는 더 궁금해져요.
“무슨 일 있어?”
“학교에서 안 좋은 일 있었어?”
“친구랑 싸웠어?”
걱정돼서 묻는 건데 아이는 자꾸 벽을 치는 느낌.
“아니.”
“몰라.”
“그냥 좀 냅둬.”
그럼 또 괜히 서운해요.
내가 뭘 캐묻는 것도 아니고 걱정돼서 그런 건데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고요.
특히 이런 순간 있지 않나요.
분명 아이 표정 안 좋아 보여서 조심스럽게 물었는데,
“엄마는 몰라.”
한마디 딱 듣는 순간 울컥하는 거요.
순간 화도 나요.
‘그래, 내가 뭘 알겠어.’
‘알려고 물은 건데.’
그러다 또 혼자 마음 정리하게 돼요.
‘내가 너무 간섭했나.’
‘괜히 건드렸나.’
부모 마음은 참 바빠요.
화났다가, 서운했다가, 또 걱정되고요.
그런데 생각해보면 사춘기 아이들도 자기 마음 설명하는 게 어려운 시기 같더라고요.
어른도 그래요.
마음 복잡할 때 누가 “왜 그래?” 물으면 설명 안 될 때 있잖아요.
그냥 짜증나는데 이유를 모르겠고, 혼자 있고 싶은 날도 있고요.
사춘기 아이들은 그 감정이 더 크고 낯설 수도 있겠더라고요.
그래서 “엄마는 몰라”라는 말도 정말 엄마가 싫어서라기보다,
‘나도 내 마음 모르겠어.’
이 뜻일 때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.
물론 안 서운한 건 아니죠.
솔직히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마음 남잖아요.
밥 차리다가도 생각나고, 설거지하면서도 생각나고요.
‘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.’
특히 사춘기 부모는 혼자 이런 생각 많이 하는 것 같아요.
애는 방 들어가면 끝인데, 부모는 계속 곱씹게 되니까요.
그래서 저는 요즘 하나를 조금 바꿔보려고 해요.
아이가 마음 문 닫은 것 같을 때, 바로 해결하려고 들지 않기.
예전엔 저라도 그랬을 것 같아요.
무슨 일인지 꼭 알아야 할 것 같고, 지금 풀어줘야 할 것 같고요.
그런데 꼭 그 순간 아니어도 되더라고요.
오히려 감정 지나가고 나면 툭 이야기하는 날도 있으니까요.
그래서 요즘은 이런 말 정도만 남겨두려고 해요.
“지금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괜찮아.”
“엄마는 네 편이야.”
“말하고 싶어지면 언제든 해.”
물론 현실은 쉽지 않죠.
어떤 날은 또 욱할 것 같아요.
“그럼 누가 알아!”
하고 소리 나올 때도 있을 것 같고요.
부모도 사람이니까요.
그래도 한 가지는 자꾸 떠올리게 되더라고요.
아이가 정말 엄마를 밀어내고 싶은 걸까, 아니면 자기 마음이 너무 복잡한 걸까.
답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.
다만 저는 사춘기 아이랑은 ‘정답 찾기’보다 ‘끈 안 놓기’가 더 중요한 시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.
오늘 길게 대화 못 했어도 괜찮고요.
툭 던진 말에 상처받았어도, 내일 다시 밥 물어봐주고 학교 잘 다녀오라 말해주는 거.
그런 게 결국 관계를 이어주는 힘일 수도 있겠더라고요.
사춘기 아이 마음도 어렵지만, 그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부모 마음도 참 쉽지 않은 시간인 것 같아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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