“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지?”
사춘기 시작되고 제일 어려운 게 대화라는 말, 왜 나오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.
어릴 땐 그래도 말이 통했잖아요.
“오늘 어린이집에서 뭐 했어?”
하면 조잘조잘 이야기하고, 속상한 일 있어도 결국 엄마한테 와서 말했는데요.
사춘기쯤 되면 분위기가 달라져요.

“학교 어땠어?”
“그냥.”
“뭐 했어?”
“몰라.”
끝.
대화가 아니라 퀴즈 맞히는 느낌일 때도 있죠.
처음엔 저라도 계속 물어봤을 것 같아요.
학교는 괜찮은지, 친구랑은 잘 지내는지, 혹시 속상한 건 없는지요.
그런데 이상하게 물어볼수록 더 말을 안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더라고요.
그래서 괜히 서운해져요.
‘엄마랑은 이제 말하기 싫은 건가?’
‘내가 너무 잔소리처럼 말했나?’
특히 아이가 친구랑은 그렇게 웃으면서 집에서는 단답만 하면 마음이 더 복잡해지잖아요.
괜히 나만 소외된 기분도 들고요.
그런데 사춘기 아이들 보면 대화 방식 자체가 바뀌는 시기 같더라고요.
예전처럼 뭐든 말하던 시기가 지나고, 자기 마음을 혼자 정리하려는 시간이 생기는 것 같아요.
물론 부모 입장에서는 답답하죠.
속마음을 알아야 도와주든 말든 할 텐데요.
그래서 저라면 이런 두 가지는 조금 내려놓아보려고 해요.
첫 번째는 ‘지금 당장 다 말해야 한다’는 마음이요.
부모는 궁금하잖아요.
왜 기분이 안 좋은지,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, 친구랑 문제는 없는지요.
그런데 꼭 오늘 말 안 했다고 영영 대화가 끊기는 건 아니더라고요.
오히려 몰아붙일수록 더 문 닫는 아이들도 있는 것 같아요.
“왜 말을 안 해?”
“엄마가 물어보잖아.”
이 말이 걱정에서 시작돼도 아이한텐 부담처럼 들릴 수도 있고요.
그래서 저는 답을 꼭 받아내야겠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려고 해요.
대신 말 걸 기회는 계속 만드는 거죠.
“오늘 급식 어땠어?”
“피곤해 보이네.”
“편의점 갈 건데 같이 갈래?”
짧고 가벼운 말들이요.
의외로 그런 순간에 아이가 갑자기 말을 시작할 때가 있더라고요.
차 타고 가다가 툭.
야식 먹다가 툭.
자기 전에 툭.

꼭 부모가 마음먹고 앉았을 때 말하는 건 아니더라고요.
두 번째는 ‘예전처럼 돌아가야 한다’는 마음이요.
이게 은근 부모를 제일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.
예전엔 안 그랬는데.
예전엔 엄마랑 말 많이 했는데.
그 생각이 자꾸 나거든요.
그래서 지금 모습이 더 낯설고 서운해져요.
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.
아이가 변한 게 아니라, 대화 방식이 바뀌는 시기일 수도 있겠구나.
예전처럼 품에 안겨 이야기하진 않아도, 자기 방식대로 가까이 오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.
예를 들면 이런 거요.
냉장고 문 열다가 갑자기 학교 이야기 툭 꺼내기.
“오늘 친구가 진짜 웃긴 말 했는데.”
평소엔 대답도 안 하다가 갑자기 게임 이야기 길게 하기.
“엄마 이거 알아?”
그런 순간들요.
그래서 저는 긴 대화 한 번보다 짧은 연결 여러 번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.
물론 말처럼 쉽진 않죠.
어떤 날은 또 서운해요.
괜히 무시당하는 기분 들 때도 있고, 내가 왜 이렇게 눈치 보나 싶을 때도 있고요.
특히 힘들어 보여도 말을 안 하면 부모 마음은 더 타잖아요.
도와주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으니까요.
그래도 너무 조급해하지는 않으려고 해요.
사춘기라는 게 원래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반복하는 시간 같더라고요.
오늘은 방문 닫고 들어가도 내일은 간식 먹으면서 한마디 할 수도 있고요.
저도 아직 정답은 모르겠어요.
어떤 날은 ‘조금 기다려줘야지’ 싶다가도, 어떤 날은 답답해서 먼저 말 걸고 싶을 것 같거든요.
다만 하나는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.
대화가 잘 안 되는 날이어도, 연결 끈까지 놓지는 말자.
말 길게 못 해도 괜찮고, 대답 짧아도 괜찮고요.
오늘 하루 한마디라도 웃으며 건넸다면 그걸로 충분한 날도 있는 것 같아요.
사춘기 아이와의 대화는 예전보다 어려워졌지만, 그렇다고 완전히 끝난 건 아닐지도 모르더라고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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