사춘기 아이와 대화가 안 될 때 제가 먼저 바꾼 한 가지
“엄마는 몰라.”
그 말 들으면 솔직히 마음이 철렁해요.
‘내가 널 얼마나 생각하는데.’
이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기도 하고요.
처음엔 저라도 자꾸 말을 걸었을 것 같아요.
학교는 어땠는지, 친구랑은 괜찮은지, 왜 표정이 안 좋은지요.
사춘기 시작하면 괜히 모든 게 신경 쓰이잖아요.
평소보다 말수 줄어도 걱정.
방문 닫고 있으면 걱정.
한숨 쉬어도 걱정.
그러다 보니 부모는 더 묻게 되는 것 같아요.
“왜 그래?”
“무슨 일 있어?”
“학교에서 뭐 있었어?”
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이는 점점 말을 안 해요.
물어볼수록 더 단답.
“몰라.”
“아무 일 없어.”
“그냥.”

처음엔 서운했어요.
아니, 걱정돼서 묻는 건데 왜 저렇게 벽을 치지 싶은 거죠.
어떤 날은 욱하기도 했을 것 같아요.
“말을 해야 알지!”
“엄마가 적이야?”
그런데 이상하게 싸우고 나면 속이 더 답답하더라고요.
아이도 문 닫고 들어가고, 부모도 혼자 남아서 마음 상하고요.
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.
혹시 내가 ‘대화’를 하려고 한 게 아니라 ‘확인’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닐까.
아이 마음을 알고 싶었던 게 아니라, 괜찮은지 빨리 확인받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더라고요.
생각해보면 부모 마음은 늘 급하잖아요.
힘든 일 있으면 바로 해결해주고 싶고, 친구 문제 있으면 도와주고 싶고요.
그런데 사춘기 아이들은 꼭 그 타이밍에 말을 하지 않더라고요.
엄마가 딱 앉혀놓고 물을 때는 입 닫고 있다가, 정말 예상 못 한 순간에 툭 이야기할 때가 있어요.
차 타고 가다가.
야식 먹다가.
씻기 전에 냉장고 문 열다가요.
그래서 제가 먼저 바꿔보려고 한 건 하나였어요.
‘질문하는 방식’을 조금 줄여보기.
이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.
부모는 궁금한 게 너무 많잖아요.
오늘 학교는 어땠는지.
친구 관계는 괜찮은지.
요즘 왜 예민한지.
그런데 질문이 많아질수록 아이한텐 심문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.
특히 사춘기 아이들은 ‘왜?’라는 말에 더 예민해질 때도 있고요.
그래서 요즘은 질문 대신 그냥 옆에 있는 말을 조금 더 해보려고 해요.
“오늘 피곤해 보인다.”
“요즘 좀 힘들어 보여.”
“배고프지?”
답 안 해도 괜찮고요.
괜히 긴 대화 끌어내려 하기보다, 말 걸 수 있는 분위기만 남겨두는 느낌이랄까요.
그리고 신기했던 건, 오히려 그렇게 했을 때 아이가 먼저 말을 꺼내는 순간이 생기더라고요.
“오늘 학교에서 좀 짜증나는 일 있었어.”
이런 식으로요.
물론 매번 그런 건 아니죠.
어떤 날은 또 방문 닫고 들어가고,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말 안 할 수도 있어요.
그래서 아직도 저도 어렵더라고요.
‘지금 더 물어봐야 하나?’
‘그냥 기다려야 하나?’
왔다 갔다 해요.
특히 아이 힘들어 보이면 부모 마음은 가만히 있기가 제일 어렵잖아요.
도와주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고요.
그래도 한 가지는 조금 내려놓으려고 해요.
오늘 꼭 깊은 대화 못 했다고 실패한 하루는 아니라는 거요.
“잘 다녀와.”
“배고프면 말해.”
“잘 자.”
이런 짧은 말도 결국 연결이더라고요.
예전처럼 종일 이야기하진 않아도, 끈이 완전히 끊어진 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.
저도 아직 배우는 중이에요.
어떤 날은 잘 기다렸다가도, 어떤 날은 답답해서 또 잔소리하게 될 것 같고요.
그래도 사춘기 아이와의 대화는 ‘많이 하는 것’보다
‘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남겨두는 것’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