사춘기 아들 마음보다 부모 마음이 더 지치는 날
어떤 날은 아이보다 부모 마음이 먼저 무너질 때가 있더라고요.
아이가 힘든 건 알겠어요.
사춘기니까 예민할 수도 있고, 친구 문제도 있을 수 있고, 학교 스트레스도 있을 거고요.
머리로는 이해돼요.
그런데 마음은 또 다르더라고요.
“아, 좀 그만해.”
“엄마는 몰라.”
“짜증난다니까.”
별말 아닌 것 같은데 하루 종일 마음에 남는 날이 있어요.
괜히 밥 차리다가 생각나고, 설거지하면서도 생각나고요.
‘내가 뭘 그렇게 잘못 말했나.’
‘요즘 내가 너무 간섭했나.’
‘원래 사춘기가 이런 건가.’

생각이 자꾸 길어져요.
특히 예전 모습이 떠오를 때 더 그런 것 같아요.
엄마 퇴근만 기다리던 아이.
학교 다녀오면 있었던 일부터 말하던 아이.
괜히 엄마 옆에 와서 누워 있던 아이.
분명 같은 아인데 너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.
그래서 더 지치는 것 같아요.
솔직히 아이보다 부모가 더 마음 아픈 날도 있죠.
아이는 방문 닫고 자기 할 거 하는 것 같은데, 부모는 혼자 남아서 계속 생각하게 되니까요.
‘내가 너무 화냈나.’
‘좀 다르게 말할 걸.’
그러다 다음 날 또 마음 다잡아요.
오늘은 안 건드려야지.
좋게 말해야지.
그런데 현실은 쉽지 않죠.
아침에 깨우면 짜증.
“아 진짜…”
학교 이야기 물으면 대답 끝.
“몰라.”
핸드폰 그만하라 하면 바로 예민.
“알아서 한다니까!”
그럼 또 마음 한쪽이 툭 내려앉아요.
‘나한테 왜 이렇게까지 하지?’
서운하고 속상한데 티도 못 내겠더라고요.
괜히 같이 화냈다가 더 멀어질까 봐.
그래서 사춘기 부모들이 유독 혼자 많이 버티는 것 같아요.
밖에선 잘 지내는 척하고, 속으론 계속 흔들리고요.
특히 이런 말 은근 많이 하잖아요.
“애가 크면 편해질 줄 알았는데 더 어렵네.”
저도 이 말 들으면 괜히 고개 끄덕여질 것 같아요.
어릴 땐 몸이 힘들었어요.
안아줘야 하고, 씻겨야 하고, 잠도 못 자고요.
그런데 사춘기는 몸보다 마음이 힘든 느낌이더라고요.
보이는 상처가 아니라 더 답답한 것 같아요.
괜찮은 건지, 힘든 건지,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.
그러다 보면 부모도 조금씩 예민해져요.
원래는 웃어넘길 말에도 서운하고, 아이 표정 하나에도 괜히 신경 쓰이고요.
“오늘 또 기분 안 좋은가…”
“내가 말 걸지 말아야 하나…”
눈치 보게 되는 날도 생겨요.
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죠.
‘내가 너무 애한테 맞추고 사는 건가?’

그런데 또 안 그러면 마음이 쓰여요.
참 애매한 자리인 것 같아요, 부모라는 게.
붙잡자니 싫어할까 걱정되고, 놔두자니 멀어질까 불안하고요.
그래서 어느 순간 저는 ‘완벽하게 잘해야지’를 조금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.
솔직히 매번 좋은 말만 할 수도 없잖아요.
어떤 날은 저도 욱할 것 같고, 어떤 날은 서운해서 괜히 말 안 걸고 싶을 것 같아요.
사춘기 부모도 사람이니까요.
그래서 요즘은 딱 하나만 생각하려고 해요.
오늘 하루, 완전히 끊어지지만 말자.
길게 대화 못 해도 괜찮고, 아이가 퉁명스러워도 괜찮고요.
대신 짧게라도 연결은 해보는 거죠.
“저녁 뭐 먹고 싶어?”
“오늘 급식 맛없었어?”
“편의점 갈 건데 같이 갈래?”
별거 아닌 말들이요.
예전처럼 종알종알 대화는 안 돼도, 그런 짧은 말이 의외로 끈처럼 남더라고요.
그리고 부모도 너무 혼자 버티진 않았으면 좋겠어요.
사춘기 아이 이야기하다 보면 다들 비슷하더라고요.
“우리 집만 이런 줄 알았어.”
“나만 힘든 줄 알았네.”
이 말 진짜 많이 하거든요.
혹시 요즘 아이보다 내 마음이 더 지치는 것 같다면, 그 마음 너무 숨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.
지친 게 이상한 것도 아니고, 부모 자격이 부족한 것도 아니더라고요.
아이가 흔들리는 시기라면 부모도 같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시간 같아요.
다만 너무 완벽하려고 하기보다,
오늘 하루도 관계 끈 놓지 않고 버틴 나를 조금 인정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.